객관적인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해 온 판례와 최근 대법원이 제시한 과세 요건
법령 확인 기준일: 2026년 10월 26일
상속이나 증여를 받은 건물에 거래가격이 없어 기준시가로 세금을 신고했다. 그런데 세무서가 나중에 감정을 의뢰하고, 신고한 금액보다 높은 감정가액으로 세금을 부과했다. 신고 당시에는 없었던 감정가액으로 세금을 더 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국세청의 이른바 ‘꼬마빌딩 감정평가사업’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있다. 국세청은 2020년 사업 도입 당시 비주거용 부동산과 나대지의 평가 격차를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이후 고가 아파트와 단독주택으로 사업을 넓히겠다고 발표했다.[1]
나는 과세관청이 의뢰한 감정이라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상속·증여 당시의 가치를 평가했다면 시가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최근 판결은 과세관청의 감정가액을 인정할 때 법령이 정한 요건까지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래에서는 먼저 판결 내용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필자의 해석을 따로 밝힌다.
1 시가는 실제로 거래한 가격만을 뜻하지 않는다
종전 판례의 판단
상속세와 증여세는 원칙적으로 상속개시일이나 증여일 현재의 시가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그러나 상속과 증여에는 매매대금이 없다. 거래가 드문 건물이나 토지라면 비교할 만한 가격도 찾기 어렵다. 이런 경우 감정을 통해 당시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다.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두5098 판결은 중요한 출발점이다. 당시 납세자는 상속세 신고를 위해 한 감정법인에 토지 평가를 의뢰했다. 당시 시행령에는 두 곳 이상의 감정기관과 상속·증여세 납부 외의 평가 목적이라는 조건이 있었다. 원심은 이 조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정가액을 배척했다.
대법원은 시가로 인정되는 범위를 그 규정에 열거된 경우로만 제한하지 않았다. 시행령이 정한 것은 대표적인 시가의 예시이며, 시가에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한 가액도 포함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해당 감정가액이 실제로 합리적인 평가인지 심리했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2]
이 판결은 감정가액을 곧바로 확정한 판결이 아니다. 형식적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하지 말고, 그 평가가 시가를 반영하는지 살펴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0두54265 판결도 이 법리를 인용했다. 거래가격이 없을 때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평가액을 시가로 볼 수 있으며, 과거 시점을 기준으로 나중에 한 소급감정이라는 이유만으로 결론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3]
필자의 해석
이 법리의 중심은 누가 감정을 의뢰했는지보다 그 감정이 당시의 가치를 제대로 밝혔는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납세자가 의뢰한 감정은 시가를 확인하는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과세관청이 의뢰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가능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종전 판례가 납세자의 감정가액을 인정할 가능성을 열었다는 사실만으로, 과세관청도 법정 요건을 생략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최근 판결은 바로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2 평가기간 밖 감정가액을 인정하는 규정은 유효하다
최근 판결의 판단
대법원 2026. 4. 2. 선고 2025두35499 판결에서는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증여세를 신고한 주택에 대해 감정가액을 적용한 처분이 문제 됐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평가기간 밖 가액을 일정한 요건 아래 시가에 포함하도록 한 구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가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는지였다.
대법원은 이 규정이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률이 정한 시가주의에 맞게 재산가액을 산정하기 위해, 평가기간 밖 가액을 시가로 인정할 요건을 구체화한 규정이라고 보았다. 판결은 종전의 2000두5098 판결 등을 직접 인용했다. 납세자들의 상고는 모두 기각됐다.[4]
이 사건에서는 다른 주택의 거래가격을 직접 적용한 것인지, 해당 주택 자체의 감정가액을 적용한 것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대법원은 문제 된 처분이 해당 주택의 감정가액을 토대로 했다는 점을 짚었다. 다른 아파트의 거래가격을 가져오는 경우의 제한을 그대로 적용해 결론을 낼 수는 없었다.
필자의 해석
나는 이 판단이 종전 시가 법리와 연결된다고 본다. 평가기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당시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가능성까지 닫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행령이 유효하다는 판단은 국세청의 모든 사후 감정과 추가 과세가 적법하다는 뜻이 아니다. 규정이 유효한지와 그 규정의 요건을 개별 사건에서 충족했는지는 구분해야 한다.
3 과세관청이 당시의 가격을 확인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최근 판결의 판단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두61780 판결은 이 구분을 더 분명하게 보여 준다.
대법원은 먼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소급감정가액도 시가가 될 수 있다는 종전 법리를 확인했다. 기존 감정가액이 없는 상태에서 과세관청이 감정을 의뢰해 새로운 감정가액을 얻은 경우에도 이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시행령 단서의 요건을 모두 갖추고, 그 감정이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5]
여기서 세 날짜를 구분하면 이해하기 쉽다.
| 날짜 | 뜻 |
|---|---|
| 평가기준일 |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 세금 계산의 기준이 되는 재산가치의 시점 |
| 가격산정기준일 | 감정기관이 재산의 가격을 산정한 기준 시점 |
|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 | 감정기관이 평가서를 작성한 날 |
예를 들어 4월 1일에 증여한 건물을 11월에 감정하면서 가격산정기준일을 4월 1일로 정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평가서에 과거 날짜를 적었다는 사실만으로 법령상 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는 요건을 평가기준일부터 가격산정기준일까지뿐 아니라, 평가서 작성일까지 살펴야 한다고 보았다. 그 사정이 없었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주장하고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특별한 사정을 건물 신축이나 용도지역 변경 같은 큰 사건으로만 제한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긴 일반적인 가격변동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가격이 조금 움직였다는 이유로 곧바로 감정가액을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그 변동 때문에 감정가액이 평가기준일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지를 종합해 판단한다.[5]
필자의 해석
이 판단은 객관적 감정가액의 시가 인정 가능성을 유지하면서, 사후 감정에 따른 과세의 문턱을 구체화한 것으로 읽힌다.
과세관청은 새로운 감정가액이 더 높다는 사실을 넘어, 그 금액을 상속·증여 당시의 가치로 볼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납세자는 그 사이 가격 형성에 영향을 준 변화와 감정의 문제점을 다툴 수 있다.
나는 이 점에서 최근 판결을 시가주의와 납세자 보호를 함께 고려한 절충적 해법으로 평가한다. ‘절충’은 판결이 사용한 표현이나 법원의 의도를 확인한 사실이 아니라, 이러한 법리의 결합에 대한 필자의 해석이다.
4 과세관청의 감정이 인정되지 않아도 신고가액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판결의 판단
2024두61780 사건에서는 과세관청이 적용한 감정가액을 그대로 시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소송 중 실시한 감정을 통해 상속개시일의 시가를 인정했고, 그에 따라 계산한 정당한 세액을 넘는 부분만 위법하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이 판단을 받아들여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5]
대법원은 법원 감정과 과세처분 단계의 감정도 구분했다. 법원 감정은 재판에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증거조사이므로, 시행령 제49조 제1항이 과세처분 단계에 정한 감정 시기나 감정기관 수 등의 요건에 그대로 구속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동시에 주의도 요구했다. 과세관청이 처분 단계에서 필요한 감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송에 이르러 감정을 신청한 경우, 법원은 그 신청이 절차적 통제를 무력하게 하거나 납세자에게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주는지 신중히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필자의 해석
이 부분은 시가주의를 유지했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과세관청이 제출한 평가에 문제가 있더라도, 재판에서 당시의 시가가 적법한 증거로 확인된다면 그에 맞는 세액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판결을 국세청 감정평가사업의 전면 부정으로 설명하면 정확하지 않다. 반대로 소송에서 다시 감정하면 처분 단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도 판결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5 이미 적법한 감정가액이 있다면 별도의 제한을 받는다
판결의 판단
앞서 본 2020두54265 판결은 리조트 회사의 합병과 주식 평가에 관한 사건이다. 아파트 증여 사건은 아니다. 다만 법인이 보유한 토지의 원감정가액을 새로운 감정가액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관해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당시 규정에 맞는 원감정가액이 있고 법정 재감정 사유가 없다면, 과세관청이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에 의뢰했다는 이유만으로 새 가액을 시가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위원회 자문을 거쳤다는 사실만으로 재감정 사유를 인정해서도 안 된다고 보았다. 원래 감정의 목적, 납세자와 감정기관의 관계, 통모 여부와 자문 내용 등을 함께 살펴야 했다.[3]
필자의 해석
이 판결을 함께 보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감정이면 언제나 과세에 쓸 수 있다’고 단순화하기 어렵다. 새로 시가를 확인하는 경우와 법이 인정하는 기존 감정가액을 대체하는 경우는 다르다. 객관적인 시가를 찾는 원칙과 법정 권한의 제한을 함께 읽어야 한다.
6 당시 법령과 현재 규정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판결 선고일에 시행 중이던 법이 그 사건의 적용 법령인 것은 아니다. 최근에 선고한 판결도 수년 전 상속이나 거래에 관한 구법을 적용할 수 있다.
| 구분 | 판결이 적용하거나 현재 확인한 규정 | 이 글에서 살펴본 내용 |
|---|---|---|
| 2000두5098 | 1998년 12월 31일 대통령령 제15971호로 개정되기 전 시행령 제49조 | 당시 두 감정기관과 납세 외 목적 등의 문구가 있었지만, 그 열거를 시가 인정의 전부로 보지 않음 |
| 2020두54265 | 2015년 12월 15일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되기 전 법, 2014년 2월 21일 대통령령 제25195호로 개정되기 전 시행령 등 | 2013년 합병 평가에서 기존 원감정가액과 재감정 사유를 구분 |
| 2025두35499 | 2023년 7월 18일 법률 제19563호로 개정되기 전 법, 2023년 2월 28일 대통령령 제33278호로 개정되기 전 시행령 | 평가기간 밖 가액에 관한 제49조 제1항 단서의 효력 |
| 2024두61780 | 2020년 12월 22일 법률 제17654호로 개정되기 전 법, 2020년 2월 11일 대통령령 제30391호로 개정되기 전 시행령 | 2019년 상속에 관해 가격변동·증명책임·법원 감정을 판단 |
| 현재 | 2026년 1월 2일 시행 법 제60조, 2026년 10월 1일 시행 시행령 제49조·제78조 | 아래에서 정리한 현행 평가 구조 |
현재 법 제60조도 평가기준일의 시가를 원칙으로 한다.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우면 보충적 평가방법을 사용한다. 시행령에는 평가기간 밖 가액을 일정한 요건 아래 시가에 포함하는 구조가 유지돼 있다.[6]
| 항목 | 2026년 10월 26일 기준 규정 |
|---|---|
| 기본 평가기간 | 상속은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 증여는 증여일 전 6개월부터 후 3개월까지 |
| 평가기간 밖 가액 | 평가기준일 전 2년 이내 또는 평가기간 경과 후 법정결정기한까지의 매매 등 가액을 법정 요건과 위원회 심의를 거쳐 포함 가능 |
| 감정의 기간 판단 | 가격산정기준일과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을 함께 확인 |
| 법정결정기한 | 원칙적으로 상속세는 신고기한부터 9개월, 증여세는 신고기한부터 6개월 |
| 이미 감정가액이 있는 경우 |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가 정한 재감정 요건을 별도로 확인 |
법정결정기한은 실제로 신고한 날부터 계산하는 기한과 다르다. 과세할 수 있는 최종 시한인 부과제척기간과도 다른 개념이다. 위 표는 해당 재산의 감정에 필요한 주요 구조를 정리한 것으로, 유사재산 거래가액의 별도 제한 등 모든 평가 규정을 나열한 것은 아니다.
2019년 2월 12일 개정 전에는 증여의 기본 평가기간이 전후 3개월이었고, 단서에는 평가기간 경과 후 법정결정기한까지의 가액을 포함하는 문구가 없었다. 그 개정으로 증여 전 기간이 6개월로 늘고 사후 가액에 관한 문구가 추가됐다. 당시 부칙 제1조·제2조는 공포일 시행과 시행 이후 상속개시·증여분에 대한 일반적 적용례를 정했다.[7]
따라서 현재의 기간을 과거의 모든 증여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위 판결들 역시 각 사건의 구법 해석이며, 현행 사건에서는 적용 조문과 사실관계를 맞춰 그 법리를 검토해야 한다.
7 시가 인정의 원칙과 납세자 보호를 함께 읽는다
필자의 견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로 상속·증여 당시의 가치가 확인됐다면, 감정을 과세관청이 의뢰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가액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신고 당시 감정가액이 없었다는 사실도 그 자체로 기준시가에 따른 과세를 확정하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다만 사후 감정은 납세자가 신고할 때 예상한 부담을 바꿀 수 있다. 과세관청은 법령상 요건을 갖추고, 감정이 당시의 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한다는 점을 뒷받침해야 한다. 법원도 새로운 감정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납세자의 절차상 이익을 살펴야 한다.
나는 최근 판결이 이러한 두 요구를 함께 담았다고 읽는다. 종전 판례의 시가 인정 법리를 유지하면서, 사후 감정이 추가 과세로 이어지는 과정에 실질적인 통제를 요구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확인할 자료도 분명해진다. 상속·증여일, 가격산정기준일, 평가서 작성일을 나란히 놓고, 그 사이의 공시가격·지역 가격 흐름·재산 상태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기존 감정이 있다면 새 감정으로 바꿀 법정 사유도 살펴야 한다. 감정가액의 높고 낮음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출처
[1] 국세청, 2020년 사업 도입 안내, 2024년 대상 확대 안내. 정책 발표는 사업 배경 설명에 사용했다.
[2]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두5098 판결.
[3] 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0두54265 판결, 이유 제3항.
[4] 대법원 2026. 4. 2. 선고 2025두35499 판결, 이유 제1·2항.
[5]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두61780 판결, 판시사항 및 이유의 감정·증명책임·법원 감정 부분.
[6] 국가법령정보센터,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시행령 제49조, 시행령 제78조. 본문의 현행 설명은 2026년 10월 26일 시행 중인 버전을 확인한 것이다. 링크의 현행 조문은 이후 개정될 수 있다.
[7] 국가법령정보센터,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2019년 2월 12일 개정본(대통령령 제29533호, 법령일련번호 207815) 제49조 및 부칙 제1·2조. 개정 전은 2019년 2월 11일 기준 버전(법령일련번호 202149)과 대조했다. 2019년 개정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