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9. 7. 4. 선고 2017두38645 판결 · 법인세부과처분 취소
2019. 9. 1. 판례공보 수록
세 줄로 먼저 읽기
- 국내 회사가 외국법인으로부터 주식을 사려다 잔금을 내지 못했고 이미 지급한 계약금 590억 원이 위약금으로 귀속됐습니다.
- 대법원은 새로 돈을 송금하지 않았더라도 계약금이 위약금으로 몰취된 경우 법인세 원천징수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고지서에 세율이 잘못 적힌 문제도 살폈지만 다른 기재로 세율과 산출근거를 쉽게 알 수 있었던 이 사건에서는 그 이유만으로 본세 징수를 위법하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1. 계약금 590억 원은 왜 돌아오지 않았을까?
강호에이엠씨는 외국법인 CDL이 보유한 국내 회사의 지분 전부를 사기로 하고 계약금을 지급했습니다. 계약을 수정하면서 지급한 금액까지 합치면 계약금은 590억 원이었습니다.
이후 원고인 강호디오알이 매수인의 지위를 승계했지만 약속한 날까지 나머지 매매대금을 내지 못했습니다. 계약에는 매수인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몰취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었습니다. 몰취는 이미 받은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자기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뜻합니다.
세무서는 이 계약금이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인 위약금으로 바뀌었으므로 원고가 법인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국내원천소득은 세법상 한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는 소득입니다. [판결문 2~3쪽]
2. 이미 지급한 돈에서도 세금을 떼어 내야 할까?
원천징수는 소득을 지급하는 사람이 받는 사람의 세금을 일정 부분 거두어 국가에 대신 납부하는 방식입니다. 보통 돈을 줄 때 세금을 빼고 주므로, 이미 준 계약금이 나중에 위약금으로 바뀌면 ‘그 시점에 뗄 돈이 없는데도 의무가 생기는가’라는 문제가 생깁니다.
원심은 계약금이 위약금으로 대체된 경우 원고에게 원천징수의무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당시 법인세법은 국내에서 지급하는 위약금을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으로 보면서 지급방법을 제한하지 않았습니다. ‘지급’에는 새로 현금을 주는 것뿐 아니라, 이미 준 계약금이 위약금으로 몰취되는 경우도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판결문 5~7쪽]
3. 대법원은 왜 원천징수의무를 인정했을까?
새로 위약금을 송금하면 원천징수하고 미리 준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바꾸면 원천징수하지 않는다면, 같은 종류의 소득인데 계약 방식에 따라 세금을 거두지 못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당사자들이 계약할 때 위약금 지급방법과 세금 부담도 미리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별한 약정 등 다른 사정이 없다면 매수인은 세금을 납부한 뒤 외국법인에게 그 원천징수 부분을 돌려달라고 구상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구상권은 다른 사람 몫으로 부담한 돈의 상환을 요구할 권리입니다.
이 사건에는 당시 원천징수세율 25%가 적용되어, 본세는 590억 원의 25%인 147억 5,000만 원이 문제 됐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다시 판단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이 판결만으로 환송 뒤의 모든 쟁점까지 끝났다고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판결문 6~7쪽]
4. 고지서에 세율이 ‘0.00%’라고 적혀 있었다면?
또 하나의 쟁점은 납세고지서였습니다. 세율란에는 0.00%가 적혀 있었지만 과세표준 590억 원과 산출세액 147억 5,000만 원이 함께 적혀 있었습니다. 기존에 적용한 20%가 낮아서 증액한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납세자가 다른 기재를 종합하면 25%라는 적용 세율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불복 여부를 정하거나 신청하는 데에도 지장이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 오기만으로 본세 징수처분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고지서에 무엇을 적든 괜찮다는 뜻이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과세표준과 세액 산출근거가 제대로 기재되어야 하며 이 사건처럼 오류가 명백하고 다른 기재로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판결문 3~5쪽]
5. 이 판결의 시사점
외국회사와의 계약이 깨져 계약금까지 잃었다면 원천징수 세금이 추가로 생기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돈이 새로 오가지 않아도 이미 낸 계약금의 성격이 바뀌면서 세금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계약 단계부터 계약금 반환·몰취와 세금 부담을 정해 두고, 분쟁이 생겼다면 계약 해제 경위와 고지 내용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판결을 다른 사안에 적용할 때
- 확인할 사실: 계약금이 위약금으로 바뀐 경위, 외국법인에게 귀속된 소득의 성격과 계약상 세금 부담 약정을 살펴야 합니다.
- 판단의 한계: 새로 송금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원천징수의무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원천징수한 금액의 최종 부담까지 언제나 매수인에게 남는다는 뜻도 아닙니다.
- 적용 시점: 이 해설은 해당 판결이 적용한 당시 법령을 기준으로 합니다. 다른 시기의 거래에 적용하려면 거래일·과세기간에 맞는 조문과 부칙, 이후 개정 및 판례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선고일이나 이 글의 수정일이 현행법 대조를 마친 날짜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사건 정보와 출처
- 대법원 2019. 7. 4. 선고 2017두38645 판결
- 사건명: 법인세부과처분 취소
- 결론: 파기환송 — 원천징수의무와 납세고지 하자에 관한 원심 판단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
- 핵심 적용 규정: 구 법인세법(2008. 12. 26. 법률 제9267호 개정 전) 제93조 제11호 나목·제98조 제1항 제3호,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32조 제10항, 국세징수법 제9조 제1항(판결 적용 규정)
- 공보 게재: 2019. 9. 1. 판례공보
